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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Happy End. (해피 엔드)_1화
물위에 하루키 | 2019.04.08 | 조회 1,872 | icn_comment6

Happy End. (해피 엔드)

 

1.

 

첫 번째 편지.

 

저는 인간이란 누구나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저에게 상처를 준 당신에게 제 속에 얽힌 상처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이 편지를 당신이 읽게 된다면 먼저 제 상처를 당신이 왜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 드실 겁니다. 간단하고도 당연한 이유이지만, 그건 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바로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를 당신에게 보내기까지 쇠붙이처럼 무거워진 마음으로 꽤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술을 잔뜩 마시고 신음하며 수많은 원고를 찢어 버리기도 했고, 깊고 푸른 바닷가에서 광활한 하늘을 바라보며 인내를 마음속에 품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시간 낭비였습니다. 어느 날 문득 저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런 시간을 지속하면 영영 고통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편지는 제 상처를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저에게 손을 내밀어 제 상처를 알아줄 수 있을지, 아니면 제가 볼 수 없는 어둠 뒤에 숨어 저를 능멸할지는 이 편지가 당신에게 도착한 후면 알게 되겠죠.

 

이런, 아직 제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물론 당신도 글을 쓰는 사람이죠. 하지만 우리의 처지는 너무나 다릅니다. 당신은 이미 베스트셀러를 다섯 권이나 썼는데 그에 반해, 저는 매년 신문사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을 투고하고, 탈락하는 처지니까요.

 

저는 지금 기진맥진한 상태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건 분노와는 다른 감정이고 순간적으로 생긴 감정이기에 뭐라 적당한 표현을 할 수 없겠지만, 몹시 힘이 빠진 상태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더 힘이 빠지기 전에 본론을 이야기하겠습니다.

2년 전 겨울, 문예일보 신춘문예에 투고한 작품 중 [탄호이저]라는 단편소설을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신이 이 소설을 알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그해 문예일보 신춘문예의 심사위원이 당신을 비롯한 유명한 소설가 5명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이듬해 당신이 새로 출간한 장편소설, <추락한 비행기>에서 제가 투고한 작품 탄호이저의 문장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책의 저자로서 제가 말하는 문장이 무엇인지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점에서 처음 당신의 장편 소설을 찾았을 때,(고풍스러운 건물 위로 보잉 여객기로 보이는 비행기가 그려져 있는 면이 책의 표지였고 책의 뒷면은 촛불 하나와 낡은 창문이 그려져 있더군요. 유치하게도) 평소 당신의 애독자였던 저는 기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저는 표정을 잃고 침묵했으며, 그 침묵은 일순 서점을 깊은 지하의 나락이라 착각할 만큼,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추락한 비행기>의 앞부분과 결말 부분에 [탄호이저]의 문장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니. 일일이 예를 들어 적어놓고 문장 하나하나마다 당신이 무슨 변명을 할지 궁금하지만, 그건 당신과 제가 만나게 된다면 꼭 듣도록 하고, 어쨌든 저는 그날 이후로 커다란 광장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고독하고 쓸쓸하게 탄호이저라는 단편을 장편으로 고쳐 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 소설이 본래 저의 소설이었고, 그 문장의 주인이 바로 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나름의 최선책이기 때문이겠죠.

 

탄호이저를 장편으로 만드는 일을 거의 다 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올해 대형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장편문학상에 투고할 것입니다. 알아보니 올해 당신이 그 문학상에 심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아닌 다른 유명한 작가와 평론가 혹은 교수들이 제 소설을 읽고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문학계의 젊은 별이 탄생했다고 극찬을 받을 수도 있겠고 혹은 제 소설의 문장이 당신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예심에서 탈락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상만 해도 몹시 불쾌하고 슬프군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순서를 바로잡아달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이 제 작품 탄호이저를 토대로 추락한 비행기를 썼고 저는 이를 허락해줬다고 언론에 밝히는, 그런 식의 해피엔딩으로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돈을 바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신에게 엄청난 돈을 가져다주는 소설이, 한낮 무명작가의 단편에서 출발했다고 밝히는 게 자존심이 상할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아무런 사실도 밝히지 않는다면 계속 [추락한 비행기] 속 문장이 당신이 직접 쓴 것처럼 비춰지고 진짜 주인인 저는 앞으로도 계속 고통의 벽에 갇혀 살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부디 현명한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저의 연락처를 편지지 뒷면에 빨간색으로 적어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빨간색을 좋아하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추신: 제 말대로 하신다면 저는 이번 일을 깨끗이 잊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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