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닷컴, ‘홈 화면에 추가하기’ TIP

  • -안드로이드(삼성/LG 계열)
  • 1) Chrome 브라우저 오른쪽 상단 메뉴버튼()을 탭 합니다.
    2) 메뉴 중 ‘홈 화면에 추가’ 를 탭 합니다.
  • -아이폰, 아이패드 계열
  • 1) Safari 브라우저에서 공유아이콘 ()을 탭 합니다.
    2) 메뉴 중 ‘홈 화면에 추가’ 를 탭 합니다.
  • 닫기

    지역선택메뉴

  • 마사지닷컴, ‘위치 설정’ TIP

    1.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지역 선택을 하시면 접속시마다 지역 내 광고가 우선 노출되어 편리하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 설정 > 위치 서비스 > 사용함 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위 경로는 모바일 기기마다 차이 있음)

해제하기
설정하기

자유게시판 글보기

뒤로가기

[★연재] 소설 Happy End. (해피 엔드)_3화
물위에 하루키 | 2019.04.08 | 조회 1,888 | icn_comment3

2.

 

 

20101220일 새벽. 그때까지만 해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명문대 교수인 박현수는 자신의 행복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현수의 얼굴에 이슬 한 방울이 흘러내린다. 벽에 걸린 스위스 시계의 초침은 새벽 4시를 향하고 있다. 그는 몇 시간째 자신의 작업실에서, S사에서 나온 최고사양의 노트북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한참 동안 키보드를 치던 그는 재킷 안쪽에서 담배와 마릴린 먼로가 그려진 지포 라이터를 꺼냈다. 뭔가 손쉽게 진행되지 않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린 그는 담배를 한 개비 물고 천천히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는 고풍스러운 작업실을 뿌옇게 채웠다.

 

뿌연 담배연기와 어둠으로 그윽한 작업실 분위기는 음침하고 불쾌하다.

 

탄력적인 문장을 무기로 치밀한 스토리를 뽑아내는 몇 안 되는 소설가이자, 재능 있는 후배를 양성하는 명문대학의 교수. 오랫동안 사람들은 박현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불혹의 고개에 접어들며 그에게 글을 쓰는 일은 죽음과 비슷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러한 고통 때문일까, 사람들 앞에서 늘 점잔은 그이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누구보다 전투적이고 예민하며 사악한 느낌을 풍긴다.

 

현수는 한숨을 깊게 들이쉬고 책상 서랍에서 다른 원고를 뒤진다. 담배 연기는 그런 현수를 가려주듯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다. 하지만 그 연기는 현수의 야망을 완벽히 숨겨주지 못한다.

그에게 언제 위기가 다가올지, 그 순간 그에게 다가올 파멸의 시기가 얼마나 그를 몰락하게 할지 현수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4년 전 가을.

 

미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짝 건드려도 툭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참고 참다가 미향이 머리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미향의 목소리 뒤로 의자 삐걱 이는 소리가 났다.

나는 너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를 계속해서 만나야 했어. 그것이 내 사랑의 전부였지. 현수가 말했다.

미향은 의문스러웠다. 그렇다면 자신 혹은 상대방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미리 계산하고, 기회비용을 최대한 줄이며 사랑하는 것이 옳은 사랑이라는 뜻인가.

 

미향은 현수를 보내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걸었다.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고 모두가 일찍 잠들어 어두컴컴한 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미향은 계속 걸었다. 그러고는 공사장을 지나, 높은 빌딩을 지나,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았다. 직접적이면서도 선명한 눈물방울이 미향의 눈 밑으로 흘렀다.

 

이곳은 서울의 중심. 화장실 창문 너머로 바라보이는 도심의 계곡 아래 대부분의 사람은 경제성의 지배받으며, 혹은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다. 역사는 지긋지긋하고 혐오스러운 권력과 손잡았고, 모든 것이 신용을 가진 듯 떳떳해 보였지만 불행히도 청계천에서 노점상을 하던 미향의 부모는 떳떳하지 못한 모양으로 살 곳을 잃었다고 말하고는 어린 미향과 남동생을 버린 채 동반 자살했다. 미향의 부모가 죽고 계절이 바뀌자 도심의 계곡은 환경 친화적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수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미향은 담배 하나를 꺼내 물며 그해 여름을 떠올린다.

 

그해 여름.

 

미향의 엄마와 아빠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향은 그때 엄마 아빠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3살 먹은 미향의 남동생은 작은 방에 틀어박혀 일기를 썼다. 17살 미향은 원조교제로 용돈을 벌었다. 19살이 되면 그 짓도 못하게 될까 봐 열심히 돈을 벌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그렇게 시간은 도심의 계곡 사이를 질주했다. 그 시간 속에서 고등학생인 미향도 발맞춰 빠르게 몸을 팔았다. 미향의 교복은 몸에 착 달라붙었고 짧은 치마는 수많은 늙은이들의 시선을 잘빠진 다리로 집중시켰다. 미향의 반항하는 표정 또한 그녀의 섹시함에 한몫했다.

대학교수이자 소설가, 박현수는 그런 미향을 무표정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속으론 미향의 혀를 찾는다. 혀를 찾은 현수는 미향을 모텔로 데려갔다. 그 전날 밤. 현수의 아내는 홍콩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죽었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이다. 호스트바에서 일하던 27살의 내연남도 그 비행기에 같이 타고 있었다. 둘 다 죽었다. 현수의 아내, 그녀 생의 마지막 사랑은 결혼한 현수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현수만 방탕하게 살았던 게 아니었다. 그의 아내도 방탕했다. 상냥하고 부지런하고 영리했던 아내를 현수는 특별히 사랑했다. 그녀가 젊은 남자와 놀아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도 그렇기에 이해했고, 다른 이들이게 보여줄 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아내라는 사실만으로도 아내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죽기 전까지 현수의 아내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빨리 끝내줄 테니 걱정 마라.

현수가 미향에게 말한다. 미향은 지겨운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 또래 친구들과 어울린다고 해봤자.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르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쾌락을 즐기겠지만, 당장은 먹고살기 위해서 침대에 누워야 한다. 현수의 명품지갑에 있는 모든 현금에 대한 권리는 미향의 몸놀림에 달려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수는 미향에게서 떨어졌다. 그러고는 그녀를 나무라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침묵, 무거운 침묵이 둘 사이를 채웠다.

 

현수는 한참 동안 미향을 바라보았다.

 

네가 학교를 잘 다니고 좋은 성적을 내서 대학에 올 수 있을까? 돌아가신 너희 부모님은 그것을 원할 텐데. 현수는 지갑에서 20만 원을 꺼내 미향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네가 내가 다니는 대학에 진학하면 네 용돈과 생활비는 내가 다 내 줄게.

설마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은 아니시죠?

미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진심이야.

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진심이라는 말을 이토록 차갑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현수는 벗었던 옷을 다시 입었다.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좀 더 쉬다가거라.

현수는 다시 한 번 차갑게 말하곤 모텔 방문을 열고 나갔다. 홀로 남은 미향은 침대에 누웠다. 미향의 긴 머리카락이 이불을 덮었다. 그 옆으로 마릴린 먼로가 새겨진 지포 라이터가 주인을 잃은 듯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비가 내렸다. 창문 틈 사이로 미세한 빛이 스며들어왔다. 미향은 창문이 있는 쪽으로 세 발짝 정도 걸어갔다.

창문 틈으로 바라본 모텔 주차장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차있었는데... 썩어버린 이가 빠지듯 현수의 검은색 벤츠 구형 E클래스가 모텔을 빠져나갔다.

현수가 사리진 것을 확인한 미향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현수가 아닌 다른 남자가 모텔로 걸어 들어왔다. 젊고 단정한 차림의 사내였다.

 

시간이 흘러 201211월 명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사무실.

 

교수님 <추락한 비행기>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실 수 있어요?

대학교 3학년인 미향은 이미 과거를 잊은 듯 해맑게 물었다.

그냥, 떠오르는 감성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두는 거지.

현수는 의무적인 태도였다.

그 말은 너무 상투적이고 어려워요. 저는 언제쯤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미향은 현수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유혹하듯 말했다. 하지만 현수는 국문학과 사무실 문을 바라보며 미향의 손을 내려놓았다. 지나칠 정도로 무심한 반응이었다.

미향아, 넌 대학원까지 졸업해서 그냥 중학교 시간강사 같은 걸 하는 게 나을 거야. 그리고 다음 주에 작업실 옮기는 거 잊지 말고.

현수는 미향과 조금 떨어져 옷걸이에 걸린 자신의 프라다 코트를 입었다. 두껍고 가벼우며 따듯하기까지 한 기능적인 코트였다.

싫어요. 전 소설을 쓰고 싶다고요!

미향은 형광등 불빛에 계속 머리를 처박는 나방처럼 고집스러운 태도였다.

미안하지만, 미향아 넌 재능이 없어. 차라리 나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고 말하는 게 더 설득력 있는 변명일 거야. 네가 입학하게 된 것도 내가 써준 단편소설 때문이란 걸 잊었니? 현수는 문고리를 잡고 나가려다 말고 작은 소리를 길게 내빼며 말했다.

미향은 그런 현수를 노려보다 자신의 명찰이 박힌 컴퓨터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현수가 나가는 것을 애써 바라보지 않았다. 왠지 조롱하는 듯 보이는 현수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상 의자는 미향을 숨겨주기라도 하듯 픽 소리를 내며 아래로 가라앉았다.

현수가 나가고 미향은 컴퓨터를 켜고 학생들의 단편소설과 수업자료, 기말고사 파일 등을 정리했다. 따분한 공기가 미향의 주변을 감싸고돌았고 그녀가 답답해 소리치고 싶을 때마다 몇 명의 학생이 사무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그 공기를 사무실 밖 복도로 내보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