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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Happy End. (해피 엔드)_5화
물위에 하루키 | 2019.04.12 | 조회 2,878 | icn_comment1

4.

 

인간의 집중력은 어디까지일까. 작은 방에 앉아있는 미향의 동생, 국철은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와 모의고사 문제집을 펼쳐놓고 있다. 이미 일 년 동안 밤낮없이 공부하여 수능을 쳤고 L대학과 S대학, W대학에 정시 원서를 지원한 상태지만, 세 군데 모두 상향지원을 했기 때문에 원서에서 다 떨어진다면 재수를 생각하고 있는 눈치였다. 미향의 동생에게 재수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선택이었다.

왜 계속 쳐다보고 있어. 다 보인다.

국철이 손끝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밥 차려 놨으니까 나와서 먹어.

미향은 그런 국철을 걱정하듯 바라보았다.

 

미향과 국철은 거실 겸 주방 겸 미향의 침실로 쓰는 복도 같은 공간에서 같이 밥을 먹는다.

오늘은 왜 그 새끼랑 밥 안 처먹고 들어 오냐?

누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그 늙은이가 누나를 돈으로 샀고, 그 좋은 명문대학에도 보낸 거 아니었어?

그분 덕분에 이런 집에서라도 지낼 수 있는 거고, 너도 학교 다니면서 공부할 수 있었던 거야. 감사하게 생각해! 그러니 잔말 말고 밥이나 먹어.

 

밥은 무슨, 그 사이코한테 맞아서 멍이나 들어오지 마... 국철은 미향을 노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미향은 고개를 돌려 국철의 시선을 외면하고 서글픈 눈길로 리모컨을 들어 TV를 켰다. 자신을 향한 국철의 미묘한 저항심을 애써 피하려는 눈치였다.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오후 7시경 한강공원에서 인기 소설가 박현수 씨가 괴한이 휘두른 칼에 찔려 병원에 후송됐습니다. 흉기를 든 괴한은 난투극을 벌이다 박현수 씨가 쥐고 있던 자동차 열쇠에 목을 두 차례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고, 박현수 씨는 흉기가 빗나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경찰은 박현수 씨에게 원한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괴한의 신원을 확인 중입니다.]

 

미향은 밥숟갈을 더 이상 들지 않고 TV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안색이 달라졌다. 국철의 시선은 그런 미향의 숟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미향은 급하게 TV를 껐다.

누나 어떻게 된 일이야?

국철은 살짝 볼을 붉히면서 물었지만, 미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국철은 그런 미향을 보며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살짝 입 꼬리를 내렸다.

 

다음날 미향은 현수의 병원을 찾았다. 현수는 창가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다 시선을 옮겨 미향을 바라보았다. 미향은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현수의 까만 눈동자는 그런 미향을 보며 반짝였지만, 미향의 표정이 왜 그런 것인지에 관한 어떠한 진실도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네가 오길 기다렸단다. 현수는 미향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향은 문밖에 있는 간호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주춤하더니 현수의 손을 내려놓고는 눈에 띠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만들어낸 웃음처럼 보였지만, 그 미소는 삽시간 짙은 안개를 삼켜버렸다.

많이 걱정했어요. 교수님. 미향은 현수의 손을 살짝 밀치더니 검은색 코트를 병실 옷걸이에 걸었다. 속엔 분홍색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미향의 우윳빛처럼 하얀 살과 균형 잡힌 몸매가 분홍의 원피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래, 나도 너무 놀랐단다. 빨리 이 병원에서 나가고 싶어. 가습기도 고장 나서 너무 답답하구나.

현수는 어린아이 같이 말했고 미향은 그런 현수의 태도가 자신을 만지고 싶어 하는 의미란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지만, 계속 들락날락 거리는 간호사들이 신경 쓰여 현수를 외면했다.

음료수라도 드세요.

미향은 화제를 돌려 말했다.

, 그래.

현수는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음료수를 들었다.

날씨가 꽤 추워지네요.

그래, 날씨는 돌고 돈단다. 집을 나오면 느끼게 되지...

미향과 현수는 함께 음료수를 마셨다. 뭔가 궁금한 것이 많고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문밖에서 간호사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고장 난 수도꼭지에 흐르는 물처럼 한 방울씩 흘러나왔다.

뭔가 교수님을 미행한다거나 하는 낌새를 차린 적은 없나요?

미향은 조심스럽게 현수에게 물었다.

, 전혀 없지. 누가 나를 찌를 거라 상상도 해본 적도 없고.

현수는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낙천적인 거예요? 뭐예요? 사람이 죽었어요!

미향은 힘주어 말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잖아.

현수는 뭔가 다른 말을 하려다가 언짢은 듯 말을 뱉었다. 미향은 고개를 숙였다. 현수는 미향을 바라보더니 신중하게 할 말을 생각했다.

지금 내 입장은 아무 말이나 함부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곤란해. 그가 나를 찌르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만약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이 개인이 아니라 단체라면, 하나의 조직 같은 것이라면, 난 지금도 충분히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야. 그리고 이 병원도 이상해. 내가 입원하면서부터 간호사들은 도통 알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하게 병실에 드나들고, 의사도 아주 태연한 태도로 진찰을 한다고. 너도 알겠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닌데도 말이야.

현수는 다급하게 쉬지 않고 말했다. 고개를 든 미향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분명 개인의 짓이에요. 경찰이 뭔가 밝혀내기 전에 손을 써야 해요. 미향은 현수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속삭였다. 미향은 뭔가 진실을 말하려고 할 때마다 가까이 다가와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 일이라도 있는 듯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우선 퇴원하고, 교수님 집에서 얘기하도록 해요.

알겠어.

현수는 미향의 태도에서 뭔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향이 말한 개인의 짓이라는 말이 현수의 귓전에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병실에서 그다음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미향은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마시던 음료수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갔다.

 

거리로 나간 미향은 불안해하며 현수가 사는 대치동 아파트로 향했다. 도미노처럼 줄 맞춰 늘어선 대치동 아파트는 재건축이 완료된 아파트로 총 28개 동이 있고 현수는 단지 내에서 평수가 가장 넓은 1714층에 살고 있다. 미향은 자주 현수의 집으로 와서 청소나 음식을 해주고, 현수의 성욕을 풀어주기도 했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방황하던 고교 시절부터 그랬으니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미향은 현수의 비서처럼 스케줄 관리를 했고, 우편물이나 고지서 등을 정리하기도 했는데, 뉴스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얼마 전 현수의 집으로 온 두 통의 편지였다. 현수를 찌르려 했던 괴한이 편지를 보낸 사람일 것이라고 미뤄 짐작했다.

 

미향은 두려움을 느끼며 아파트로 들어섰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선 미향은 가장먼저 우편함을 뒤졌다. 또 두 통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세 번째 편지.

 

나름대로 최대한의 예의를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란 사람은 한낮 예의조차 필요 없는 존재인가 보군요. 당신에게 아직도 연락이 오지 않네요. 이 편지는 마지막으로 예의를 갖춘 편지가 될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중요한 일을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인데 저의 깊은 뜻을 당신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나 매우 불쾌한 기분이 듭니다.

누군가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저를 미치광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알 것입니다. 소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그것이 인생의 전부라 믿으며 살아가는 가난한 글쟁이들이 세상엔 너무도 많다는 것을요. 그것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이 편지를 당신이 읽고 있다면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지금 저는 당신이 지난주에 계약한 B건물 옥상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저는 내일 당신을 만나기 위해 이곳 지하 주차장에서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 건물의 3층에 당신이 새 작업실을 마련했더군요. 계속 저에게 연락을 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3층 작업실로 찾아가 당신이 더는 남의 문장을 좀먹지 못 하게 할 작정입니다. 이것은 저를 위함도 있지만, 저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섞여 있습니다.

 

네 번째 편지.

 

제가 그렇게 바보로 보이시나요. 아니면 제 편지에서 맞춤법이 틀렸다거나, 문장이 불성실해 보인다거나 예의가 없어 보여서 답장할 가치를 잃으신 건 아니신지요. 위대한 베스트셀러 작가 박현수 씨. 오늘 나는 너한테 전화를 두 통이나 했습니다. 받지 않으시더군요. 원래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으시나 봅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왜 전화를 했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 이유를 밝힙니다.

그러니까, 문득 뻔뻔한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고 하면 그 이유가 될까요? 되지 않는다면 또 어떤 이유를 만들어 너랑 내가 필시 연락할 핑계를 마련해야 할까요.

정말 기분이 개 같은 날이군요. 그러니까, 나의 심장은 이미 녹물이든 듯 노랗게 떠있고 나머지 장기들은 오그라들 때로 오그라들어 종일 기분이 엿처럼 굳어있습니다. 네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가 궁금하군요. 제기랄, 네 그 개 엿 같은 표절작 <추락한 비행기>가 이번 달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했더군요. 교보문고, 예스 24, 알라딘, 인터파크, 반디 앤 루니스, 영풍문고, 죄다 휩쓸었던데, 당연히 웃고 있겠지요. 환락에 빠져 허우적대며 네가 산 빌딩의 땅값도 같이 오르길 기대하는 건 아니신지요. 그런 거라면 욕심이 지나치군요. 혹시나 발정 난 개새끼처럼 이리저리 싸지르고 다니시느라 너무 바빠서 답장을 안 하시는 거라면 인제 때려치우세요.

답장은 필요 없습니다.

 

추신: 읽으면 읽을수록 당신의 소설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오늘 장편으로 완성한 탄호이저를 유명출판에 응모할 생각입니다. 탄호이저는 완벽에 가까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같은 시각 장형식은 현수를 살해하려다 죽어버린 청년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름은 케이였고 나이는 28, 가족관계는 시각 장애를 가진 어머니가 전부였다. 얼마 전 다니던 볼펜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수익이 없었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형식은 흔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가진 것 없이 불행한 사람은 사는 게 고통스럽다. 고통은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변한다. 가진 자들에 대한 불쾌감 같은 것이 케이에게 생겨버렸고 그로 인해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형식은 케이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급히 차를 몰았다.

 

케이의 집은 사건이 일어났던 이촌 한강공원에서 한강대교를 건너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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