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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Happy End. (해피 엔드)_6화
물위에 하루키 | 2019.04.26 | 조회 1,850

5.

동작구로 들어서자 도로는 좁고 차는 막혔다. 멍하게 브레이크와 액셀을 번갈아 밟기를 반복하던 형식은 어느새 은행나무 거목이 멀뚱히 서 있는 좁은 골목길 앞에 도착했다. 골목길 앞에 경찰차를 세운 형식은 잠입하듯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은 사람 서너 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고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골목사이로 괴기스러운 바람이 불었고 주변에 하나둘 보이는 판잣집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무너질 듯 흔들렸다. 구름 대신 하늘을 덮고 있는 전깃줄과 무너질 듯 삐뚤어진 가로등은 위태로워 보였고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보이는 골목 벽은 고대의 유적처럼 틀어박혀 있었다. 오랜 시간 사람의 왕래가 없었을 폐허 같은 집들도 무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은커녕 개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낡아빠진 골목이지만, 집집이 노인들이 모여 살 것은 분명해 보였다.

 

당장에라도 다 때려 부수고 반듯한 빌라 따위를 건설하여 노인들을 살게 하면 딱 좋을 곳이었다.

 

아직도 서울에 이런 달동네가 있구나.

형식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작은 판잣집 안으로 들어섰다. 희망 없이 열린 문은 초라한 소리를 내며 형식을 반겼고, 모양새 없는 집안으로 들어가자 환갑이 지나 보이는 노모(老母)가 혼자 때 묻은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그 모습은 몹시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판잣집은 부엌이 밖에 나와 있었고, 방은 두 개였다. 방이라고 해봤자 그 경계가 모호했지만 한 방에 케이가 지냈었고, 한 방에는 노모가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방의 창문은 창호지 같은 것으로 겨우 발라놓아 바람을 막았다. 강한 한파가 몰아치는 날이면 오히려 이 창문으로 냉기가 들어와 뼈까지 얼얼할 것 같았다이런 방안에서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노모는 마르고 힘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며칠은 굶은 것 같았다.

형식은 주춤주춤 방안으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머님?

누구시죠?

노모가 눈을 뜨지 못하고 손으로 방을 더듬으며 물었다. 오랜 시간 말을 하지 않았는지 목소리는 가래가 낀 듯 심하게 떨렸다.

경찰입니다. 이름은 장형식이라고 합니다.

형식은 케이에 관한 이야기를 어디부터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너무나 비참하게 살고 있는 노모의 모습을 보고 케이의 죽음과 이 끔찍한 현실을 쉽게 꺼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을 돕고, 봉사해야 하는 경찰의 신분으로 케이의 사망소식과, 더군다나 누군가를 죽이려 했기 때문에 보상이나 위로 대신 죽어서도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경찰 선생님께서 어떻게 저희 집까지 오셨어요? , 일단 여기 좀 앉으세요.

노모는 자신이 누워있던 전기장판을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밀었다. 바닥이 차가우니 전기장판 위에 앉으라는 것이었다. 형식의 눈에 노모의 부러질 듯 가녀린 손목이 보였다.

, 괜찮습니다. 어머님. , 아드님 요즘 집에 안 들어오죠?

형식은 뭔가 결심한 듯 재빨리 물었다.

, 지금 걱정이 돼서 죽겠습니다. 이런 아이가 아닌데 며칠째 연락도 없네요. 무슨 일이 있어도 잠은 집에서 자는 아인데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노모는 잔뜩 긴장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초조한 듯 손바닥으로 차가운 방바닥을 짚었다.

, 그러니까요.

형식은 자꾸만 망설여지는 자신을 도통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려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아드님이 죽었습니다.

형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케이의 죽음을 알렸다. 그리곤 눈을 꾹 감았다. 그의 말이 끝나자 노모는 한참을 멀뚱히 말없이 앉아 있었다. 감은 눈에는 온도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슬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게 허리를 구부려 앉은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그렇게 있던 노모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죽었군요. 언젠가 저에게 흘러가는 소리로 말한 적이 있어요. 죽음 따윈 겁나지 않는다고요. 저 역시 죽는 건 별로 무섭지 않아요. 하지만 아들이 죽었다니, 조금 많이 슬프군요. 내 아들이지만 정말 착한 아이였죠. 앞을 보지도 못하는 못난 이 어미를 돌보면서 밖에 나가서 돈도 벌어오고, 저 사는 거 보시면 아시겠지만, 온통 엉망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정말 군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살아온 아인데...

눈물이 흘러내려 입에 닿자 노모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군요.

형식의 귓전에 노모의 음성이 머물지 않을 때쯤 그는 입을 열었다.

몹시 심란하실 거란 거 압니다. 그리고 어머니, 이제 케이가 없으니 여기서 혼자 지내실 수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이나요? 이렇게 혼자 지내다 굶어 죽든 얼어 죽든 하겠죠. 조금이라도 빨리 아들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제가 지역 장애인 복지 단체에 연락해 두겠습니다. 일주일 안에 복지팀에서 어머님을 모시러 올 겁니다.

형식의 말이 끝나자 노모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상황을 생각하면 남의 손을 빌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들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 혼자 편히 살 수 있겠어요...

그런 생각 하시면 안 됩니다. 어머님이라도 사셔야죠.

형식의 말이 끝나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노모는 자기 아들이 왜 죽어버렸는지, 죽음의 진상과 경위가 어떠한지를 묻지 않았다. 장형식도 쓸데없는 소리를 할 이유가 없었고, 그냥 시각장애인인 노모를 복지팀에 넘기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형식은 일어나 집을 한번 훑어보았다. 케이의 방과 주방을 둘러보며 주방에 냉장고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설거지거리도 없고 먹을 것 없이 끼니때마다 사 먹은 편의점 도시락이 쓰레기통에 널브러져 있었다.

어머니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신가요?

양념 통닭이 먹고 싶네요, 아들이 석 달에 한 번은 양념 통닭을 사왔거든요. 그날은 우리 둘이 앉아서 정말 맛있게 양념 통닭을 먹어요, 꼭 양념 통닭을 사왔는데 다음 날 아침엔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었어요. 솔직히 양념이 얼마 있지도 않는데 억지로 밥을 비벼서 먹어요... 그 맛이 잊히지 않네요.

그렇군요. 그럼 제가 지금 양념 통닭 시킬게요.

여긴 배달 안 와요. 정확히 주소를 찾기가 어려워서...

, 그럼 제가 지금 사오겠습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형식은 손목시계를 보며 집 밖으로 나왔다. 통닭을 사러 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양념 통닭이 맛있는 곳의 위치를 물었고, 자연스레 케이에 대해서 물어보았지만,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워낙 조용했던 청년이라 잘 모른다는 대답뿐, 별다른 정보를 캐낼 순 없었다.

삼십 분 후 양념 통닭을 사 들고 온 장형식은 노모와 마주 앉아 양념 통닭을 먹었다. 노모는 통닭을 먹으며 말을 아꼈다. 자기 아들의 죽음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겠느냐마는 꾸역꾸역 다시 며칠은 굶을지도 모른다는 듯 필사적으로 통닭을 먹었다. 형식은 그런 노모의 모습이 절박해 보이면서도 슬퍼 보였다. 슬퍼 보이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가난한 상황과 어두운 방안에서 홀로 아들을 기다렸던 어미의 그늘이 방안에 드리워져 형식은 통닭을 거의 먹지 못했다.

 

어머니, 전 이만 가볼게요.

그래요. 오늘 고맙습니다.

, 다음에 또 뵙죠.

 

케이의 집을 나올 때까지도 형식은 끝내 케이가 살인을 저지르려 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돌아오면서 형식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케이는 왜 현수를 죽이려 했던 것일까, 왜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것일까, 가난이 싫었기 때문에 도망치고 싶었을까. 수많은 의문이 형식의 머리를 때렸다. 형식은 골목을 내려오며 지난날 자신을 떠올렸다.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학생... 부모님의 반대로 글쓰기를 포기해야만 했던 청년... 부모가 원하던 공무원이 되기 위해 경찰시험을 세 번이나 치던 시절, 노량진 어느 고시원에서 글을 쓰고 싶어 눈물을 흘리던 그때... 경찰이 되고 난 후 기억조차 하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가 케이의 고통에 비해선 너무나 작은 고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이루지 못했던 자신의 고통 보다 꿈꿀 수조차 없는 케이의 고통이 훨씬 컸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고통으로 사람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한 케이의 마지막 선택이 형식에게 안타깝고 슬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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