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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Happy End. (해피 엔드)_8화
물위에 하루키 | 2019.06.04 | 조회 2,039 | icn_comment1

7.

 

버스 정류장에 미향이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다. 땅거미가 지고 있었고 도시의 조명이 은은하게 도로를 비추고 있었지만, 어스름하고 제법 쌀쌀했다. 한산한 버스를 타길 바랐는데 도착한 버스는 좌석 대부분을 메운 승객들로 북적였다. 미향은 다음 버스를 탈까 망설이다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은 건조했다. 미향은 버스 뒤쪽으로 걸어가 손잡이를 잡고 목을 잔뜩 움츠렸다. 버스는 서울의 복잡한 미로를 따라 달렸다. 버스 차창 밖으로 불빛을 내는 건물들이 보였고 더 멀리 바라보니 남산이 듬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중간 중간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많았다. 남산을 바라보는 사람보다 미향의 복잡하고 침울한 표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 미향은 잔뜩 목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였다.

버스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 집에 도착한 미향은 국철의 책상 위에 잔뜩 펼쳐져 있는 참고서와 노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울음이 북받쳐 올랐다. 어쩌면 재수를 해야 할 수도 있는 국철을 생각하면 현수와의 관계를 쉽게 정리할 수 없었다. 국철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만 이라도 현수의 돈이 필요했다. 미향은 국철의 방에서 나와 자신의 침대에 누워 베개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조금만 더 참아 보자.

침대에 엎드린 미양은 그렇게 흐느꼈다.

 

같은 시각, 현수는 문예일보에 전화해 2년 전 신춘문예 응모작 중 탄호이저라는 소설이 있는지 확인했다. 문예일보에선 200편이 넘는 작품 중 예심을 통과하지 못한 작품 중에선 있을지 모르나 본선에 오른 열 작품 중에서는 확실히 없다고 알려왔다.

 

예심도 오르지 못한 소설의 문장을 내가 훔쳤다고? 도대체 어떤 놈이 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편지를 보냈던 걸까?

도착한 편지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지만, 분명 자신을 죽이려했던 괴한이 보냈을 거라 현수는 확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현수는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출판사에 전화해 응모작 중 탄호이저라는 작품이 있느냐고 물었다. 역시 그런 작품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이가 없는 현수는 머뭇거리지 않고 첫 번째 편지에 빨간색으로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없는 번호였다. 누군가 자신에게 장난 친 것 같아, 허무한 웃음이 났다.

과도를 들고 찌르려 했던 것도 죽일 생각이 없어서였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현수는 그날... 잠깐 마주쳤던 괴한의 눈빛을 떠올렸다. 분명 누군가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사람의 눈빛은 아니었다.

다음날 현수는 장형식 형사의 명함을 들고 경찰서를 찾았다.

 

이분을 만나러 왔습니다.

현수는 계급이 낮아 보이는 여경에게 먼저 말했다. 단발머리를 한 여경은 고개를 돌려 손가락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저기, 자장면 막 허겁지겁 드시고 계신 분이에요.

, 고맙습니다.

여경은 범상치 않은 미모를 가졌지만, 목소리는 선머슴 같았다. 현수는 여경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형식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병원에서 자신을 찾아온 경찰이 맞는지 확인했다.

 

박현수와 눈이 마주친 형식은 급히 자장면 치우고, 자신의 책상에 앉았다.

 

퇴원하셨나 보군요. 좀 괜찮으신가요? 가족 분들이 걱정 많이 하시지 않았나요?

형식은 휴지를 뜯어 입을 닦고 손가락으로 입 주변을 만지작거렸다.

부모님은 캐나다에 살고 계셔서 잘 모르실 겁니다.

그럼 아내 분은?

전 혼자 삽니다.

, 아직 미혼이시군요. 죄송합니다. 잘생기고 나이가 있으셔서 당연히 결혼하신 줄 알았습니다.

사별했습니다. 아내는 외국여행 중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 그러시군요. 안타깝네요.

그런 정보는 인터넷 들어가 보면 다 나와 있지 않나요? 그리고 제 소설을 다 읽으셨다면서 그런 것도 모르시다니요?

그런 것까지 유심히 살피진 않습니다. 남의 가정사는 별로 관심도 없고요. , 사건 얘기를 하죠. 교수님을 찌른 사람은 케이라는 사람입니다. 지갑도 없고 신분증도 없어서 바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케이는 사건 전까지 시각 장애인인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평범한 청년이었더군요. 동네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평소에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어서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 친구도 없고... , 다니던 볼펜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그 후론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당신과 원한을 살만한 것도 없고,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이더군요.”

 

그런데 대체 그가 왜, 저를 찌르려고 한 거죠?

현수는 망설임 없이 물었다.

조금 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묻지 마 칼부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쌓여 폭발 한 거죠.

시시한 결론이군요. 혹시 케이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을까요?

집 주소를 알려드리죠,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은 이게 전부입니다. 아직은 조사가 진행 중이니 다른 정황이 포착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형식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모습이 현수의 눈에는 억지로 신뢰를 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알겠습니다. 현수는 형식의 어깨를 한번 바라보더니 일어서기 위해 발바닥에 힘을 실었다.

저기, 오늘 저랑 술이라도 한잔하시죠?

형식은 일어서는 현수를 향해 차분하게 말했다. 현수는 생각지도 못한 형식의 말에 조금 놀란 듯 잠시 생각하더니 미묘한 눈빛으로 형식을 바라보았다.

글쎄요.

, 저도 예전에 소설을 좀 썼었거든요. 제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님을 만나게 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말씀드린 겁니다. 오늘 시간이 안 되시면 다음에라도.

현수의 미묘한 눈빛을 읽은 형식은 자신 없는 듯 말끝을 흐렸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오늘 한잔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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